‘압록강은 흐른다’ 독일어 초판본(1946)
(출처 : 이미륵박사기념사업회)
이 소설은 그해 독일에서 발간된 잡지에서 ‘올해 독일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책’으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비록 내용은 작가의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지만, 전쟁으로 무너진 삶의 잿더미 속에서 상실과 절망에 휩싸였던 독일인들에게 잊혀진 유년의 향수와 다가올 내일에 대한 꿈을 되살리는 따뜻한 위안이자 깊은 감동의 울림으로 다가왔고, 독일의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하며 애독됐다.
1964년 독일 정부는 1억 5천만 마르크(당시 3천만 달러)의 차관을 조건 없이 한국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배경에 이의경 지사와 그의 문학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고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독 방문 시 독일어 통역을 맡았던 백영훈 박사가 회고하기도 했다.
이후 1948년부터 자신의 모교 뮌헨대학의 동양학부에서 한국의 언어와 역사, 동아시아 문학사, 동양철학개론 등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던 이의경 지사는 한국전쟁을 앞둔 1950년 3월 20일 위암으로 타계했다.
독일인들은 그를 진정한 휴머니스트이자 '완전한 인간'으로 기억했다. 이 지사의 인품에 매료되어 의학에서 동양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훗날 뮌헨대학 동양학부 교수가 된 그의 제자 볼프강 바우어(Wolfgang Leander Bauer)는 “자기를 본보기로 삶의 가장 고귀한 가치를 입증한 한 인간이자 작가”라고 존경하는 마음을 전했다.
우리 정부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63년 대통령표창, 1990년에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고, 지난해 11월 독일 그래펠핑에 안장돼 있던 이의경 지사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