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계피압박민족회의’가 열리자 독일 뮌헨대학에서 동물학과 철학을 공부하던 그는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던 이극로, 황우일, 프랑스의 김법린 등과 함께 대표단을 구성해 참가했다.
ㅇ 이들은‘한국의 문제’라는 결의문을 만들고, 이를 독일어, 불어, 영어 등으로 번역해 조국이 처한 상황과 독립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 이의경 지사는 1928년 독일 뮌헨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전공을 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작가 이미륵(필명)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ㅇ 특히,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3·1운동 참여, 망명 과정 등을 자전적 형식으로 담아 1946년 독일어로 출간한 장편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인간성 상실의 상황에서도 지켜낸 인간 내면의 순수성과 가족애 등을 다뤄 전후(戰後) 상실감에 빠져 있던 독일인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ㅇ 독일의 한 잡지는 당시 ‘올해 독일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책’으로 이 소설을 선정했고, 이후 독일 교과서에도 수록돼 독일인들에게 널리 읽히며 우리 민족의 삶과 한국의 정서를 현지에 전파했다.
□ 이 지사의 문학은 한국과 독일 양국 간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ㅇ 1964년 독일 정부가 한국에 1억 5천만 마르크(약 3천만 달러)의 차관을 조건 없이 제공한 배경에는 그의 작품을 통해 형성된 독일인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와 공감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독 방문 시 독일어 통역을 맡았던 백영훈 박사의 독일 차관 과정에 대한 2009년 회고 중(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자료관)